[스크랩] 13. 논의(論議), 14. 대회(大會), 15. 도구(道具)
한글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에 사용된 불교적 용어 <10>
임헌준(예은교회 목사, Ph.D)
13. 논의(論議)
‘논의’(論議)는 본래 산스크리트어 ‘우파데샤’를 한역한 것으로 ‘경론(經論)의 이치를 분별하여 밝히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일반 사회에서 이 용어는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한글 개역성경에서는 ‘논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개역개정판에서는 2회 사용하고 있다. 마태복음 16장 7, 8절에 사용된 ‘논의’는 ‘숙고하다’, ‘고려하다’, ‘논쟁하다’, ‘토론하다’ 등의 뜻을 지니고 있는 헬라어 동사 ‘디알로기조마이’에서 온 것이다.
7절에서는 ‘디알로기조마이’의 ‘직설법/미완료/중간태/3인칭/복수’ 형태인 ‘디엘로기존토’(they reasoned)가 쓰이고 있고, 8절에서는 ‘디알로기조마이’의 ‘직설법/현재/중간태/2인칭/복수’ 형태인 ‘디알로기제스테’(reason ye)가 쓰이고 있다. 이 부분을 새번역에서는 두 곳 모두 ‘수군거리다’를 사용하여 번역하고 있다. 공동번역의 경우 7절은 ‘수군거리다’로, 8절은 ‘걱정하다’로 번역하고 있다. 마태복음 16:5-12 본문의 상황을 살펴보면 ‘논의하다’보다는 ‘수군거리다’는 번역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로 마태복음 16:5-12과 평행 본문인 마가복음 8:14-21에도 같은 헬라어가 사용되고 있다. 즉 마 16:7의 평행구인 막 8:16에는 ‘디엘로기존토’가, 마 16:8의 평행구인 막 8:17에는 ‘디알로기제스테’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개역개정판 역시 ‘논의하다’라는 말 대신 ‘수군거리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번역하고 있다.
14. 대회(大會)
‘대회’라는 용어는 불교에서 ‘설법을 하거나 법회를 열 때 수많은 승려와 신도들이 모인 것’이른다. 즉 불사(佛事)를 위한 큰 모임, 대법회라는 뜻이다.
하지만 일반 사회에서 이 용어는 (1) 많은 사람의 모임, 성대한 회합, (2) (국부적인 모임에 대하여) 전체적인 모임 등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개역개정판에서 ‘대회’ 용어는 7회 사용되고 있는데, 이에 해당되는 히브리어 명사들은 ‘집회’, ‘모임’, ‘회합’, ‘회중’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 출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히브리어 ‘아체레트’에서 온 것이 2회(레 23:6; 민 29:35)이고, ‘아차라’(왕하 10:20), ‘카할’(시 35:18), ‘마크헬라’(시 68:26), ‘미크라’(사 1:13)에서 온 것이 각 1회씩이다. 그리고 나머지 1회는 ‘집회’를 뜻하는 ‘케힐라’를 ‘크다’는 뜻의 형용사 ‘가돌’이 뒤에서 수식하는 ‘케힐라 그돌라’를 번역한 것이다(느 5:7).
이들을 새번역에서는 5회를 ‘모임’(레 23:36; 민 29:35), ‘집회’(왕하 10:20), ‘회중’(시 68:26), ‘큰 회중’(시 35:18) 등으로 번역하고, 2회만 ‘대회’로 번역하고 있다(느 5:7; 사 1:13). 그리고 공동번역에서는 ‘축제일’(레 23:36), ‘모임’(민 29:35), ‘성회’(왕하 10:20), ‘회의’(느 5:7), ‘예배 모임’(시 35:18), ‘축제의 마감일’(사 1:13)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한편, ‘대회’ 용어가 개역개정판에는 사용되지 않고 개역성경에만 사용되고 있는 경우는 4회(시 22:25; 40:9, 10; 습 3:18)인데, 이를 개역개정판에서는 ‘큰 회중’(시 22:25), ‘많은 회중’(시 40:9, 10), ‘절기’(습 3:18)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15. 도구(道具)
‘도구’ 용어는 ‘도(道)를 이루는데 사용되는 용구(用具)’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수행자가 수행하는 데 필요로 하는 용구를 일컫는 말이다. 불교 수행자가 소지해야 하는 여섯 가지 도구로 삼의(三衣), 발우, 좌구(坐具), 녹수낭(漉水囊, 물을 길어서 물속의 벌레를 걸러내는 주머니)이 있다.
일반 사회에서 ‘도구’ 용어는 (1) 어떤 일을 할 때 쓰이는 연장(예. 목공도구), (2) 생활 속에 쓰이는 물품(예. 가재도구), (3)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용하는 수단과 방법(예. 선전도구) 등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한글 개역성경에서는 ‘도구’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개역개정판에서 3회 사용하고 있다(창 49:5; 삼하 24:22; 시 7:13).
창세기 49:5의 ‘도구’는 무기의 일종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히브리어 명사 ‘메케라’의 ‘여성 복수-3인칭 남성 복수 접미’ 형태인 ‘메케로테헴’을 번역한 것이다. 이를 개역성경에서는 ‘기계’로, 새번역에서는 ‘무기’로 번역하고 있다.
사무엘하 24:22의 ‘마당질하는 도구’는 ‘타작기구’를 일컫는 히브리어 명사 ‘모락’의 ‘관사-남성 복수’형인 ‘함모릭김’을 번역한 것이다. 이를 개역성경에서는 ‘마당질하는 제구(諸具)’로, 새번역에서는 ‘타작기의 판자’로, 공동번역에서는 ‘탈곡기’로 번역하고 있다.
시편 7:13의 ‘죽일 도구’는 히브리어 ‘케레 마웨트’를 번역한 것이다. ‘케레’는 ‘물품’, ‘기구’, ‘용기’ 등을 뜻하는 히브리어 명사 ‘케리’의 ‘남성 복수 연계형’이고, ‘마웨트’는 ‘죽다’는 뜻의 동사 ‘무트’에서 온 남성 단수 명사로서 ‘죽음’을 뜻한다. ‘케레 마웨트’를 개역성경에서는 ‘죽일 기계’로, 새번역에서는 ‘살상 무기’로, 공동번역에서는 ‘죽음의 칼’로 번역하고 있다.
(크리스챤신문. 2005. 4. 4)
http://www.cwmonitor.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42